美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과학 분야 예산 대부분 삭감

과학기술 및 의료분야 연구에서 연구비 지원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공적 자금으로 이 분야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생물 의료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질병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의료혁신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비를 지원해 왔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등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방안을 찾고 의료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앞설 수 있었던 것도 공공 부문의 지원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은 130년의 역사를 가진 국립 연구기관으로 미국 보건의료 분야 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미국에서 생물의학 분야의 연구는 국립보건원의 재정 지원이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지난 10여년 간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금규모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자동예산삭감(sequestration) 조치와 인플레이션 등의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습니다. 미국정부는 확대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2011년 예산관리법 (Budget Control Act)를 제정하여 인위적으로 예산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 상한선에 맞춰 자동으로 예산삭감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때문에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비 지원이 22%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생물의학 분야에서도 전체 연구비 지원이 줄어들어 새로운 연구도 감소하고 과학자들의 이탈도 발생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온 다른 지역, 특히 아시아 지역의 연구에 대해 경쟁력을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미국실험생물학학회연합회(FASEB, Federation of American Societies for Experimental Biology)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의 예산 중 연구비 비중이 2003년의 23%에서 40%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2016년과 2017년 회계연도에 미국 의회는 국립보건원의 예산규모를 20억 달러로 올렸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국립보건원의 예산은 자동예산삭감 조치가 취해지기 시작한 2013년 이전인 2012년 규모로 회복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과학기술 의료 분야의 2018년도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아시아경제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미국 국립과학재단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예산의 11%, 미국 국립보건원 예산의 18%, 미국 환경보호청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예산의 30%를 삭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예산은 318억 달러에서 26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실험생물학학회연합회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예산이 2018년에 최소한 350억 달러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백악관의 예산 계획이 발표되고 난 후 생물의학 분야의 학계 및 기업 대표들이 최근 백악관 측과 미팅을 갖고 예산 증액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기업들도 원천 기술에 대한 공공 부문의 투자 없이 민간 부문의 투자 만으로 경쟁력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현 정부가 이러한 견해와 시각을 공유하면서 예산을 증액해 줄 지는 미지수입니다. 예산 증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결과는 자명합니다. 이미 지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국립보건원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생물의학분야의 연구활동이 감소하고 혁신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사실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우선순위를 고려할 것인지 입니다.이 분야의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위해 공공부문의 지속적인 연구비 투자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